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봄꽃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개화시기가 빨라지는 건 종다양성 위기를 뜻한다
봄꽃은 사람보다 멍청해 추운 겨울을 향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현명하여서 목숨을 걸고 인간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지구의 종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다
어느덧 추운 겨울은 가고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잠잠해진 코로나19 덕에 3월의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몰려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봄꽃 아래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너무나 반가운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봄꽃과 신입생은 이렇게 우리에게 봄을 일깨워주는 계절의 지시자로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봄꽃이 피면 캠퍼스에 신입생이 오겠구나! 또는 신입생이 보이면 봄이 왔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 둘 관계의 시간적 동시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는 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봄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계절의 지시자인 신입생에게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봄이 따뜻해진다고 신입생은 학교에 빨리 오지 않지만, 봄꽃은 추운 겨울을 향해 시간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생명을 앗아갈지 모를 봄추위와 찬 서리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꽃이 사람보다 멍청해서 그런 걸까? 과연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봄꽃은 우리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지금부터 그 답을 찾아보겠다.
육상생태계 내에서 식물의 개화는 식물의 생장과 진화를 넘어 생태계 내 다른 구성요소와의 교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봄이 되면 식물의 개화와 함께 많은 생태계 구성요소의 계절활동이 시작된다. 한 가지 대표적인 예가 곤충이다. 곤충은 영양 단계의 관점에서 생산자인 식물과 가장 먼저 교감을 하는 1차 소비자이다. 일반적으로 곤충의 봄은 오랜 시간 동안의 자연선택을 통해 식물의 봄과 자연스레 시공간적으로 동조화(synchrony)되어 있다. 여기서 동조화란 쉽게 말해 곤충의 변화가 식물의 변화에 또는 반대로 식물의 변화가 곤충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곤충과 식물의 관계에 있어서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곤충과 식물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문제의 중심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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