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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그래도 햇빛에 답이 있다

작성일 : 2023.10.16 조회 : 2315

그래도 햇빛에 답이 있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몇 년 전 한 학술행사 때 일이다. 영농형 태양광을 연구 중인 교수님이 A, B, C가 적힌 봉지 세 개를 내민다. “웬 보리에요?” 물으니 먹어보고 맛이 다른지 답해줄 수 있냐고 한다. “태양광 패널 아래서 자란 작물이 맛없다는 의견이 있어서요”라며.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내 둔한 혀로는 차이를 느낄 수 없었는데 나중에 결과를 들으니 반수 이상이 차이를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세 종류는 각각 태양광 패널 아래서 경작한 것과 일반 노지에서 키운 보리, 그리고 패널 아래 LED램프로 보광한 경우였는데 패널 아래서 자란 보리가 맛있다는 사람이 반대 경우보다 오히려 많았다고 한다. 차이가 근소하고 맛이 비슷하다고 답한 경우가 과반이라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맛엔 별 영향이 없었다는 뜻이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도 일본 등을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 실증·보급을 시작한 지 20년이 돼간다. 우리나라도 2016년 이래 꾸준히 실증해왔다. 일각에선 아직도 농촌형과 혼동해 농지 훼손이나 소멸을 걱정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agrivoltaics’라는 영문명에서 드러나듯 철저하게 농작물과 전력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을 때만 붙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패널을 농지 높이 설치해 상부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아래에서 경작기계를 움직이며 농사를 병행한다. 빛의 세기가 일정 정도에 이르면 더는 광합성 속도가 증가하지 않는 ‘광포화점’이 작물별로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모듈의 크기·배치를 조절해 작물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을 유지하고, 농지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면서 발전(發電)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라마다 기후·환경과 작물 특성이 다르므로 실증 연구가 중요하다. 실증에 따르면 대파·밀·배추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80% 수준을 유지했고, 포도·녹차 등 일부 작물은 수확량이 더 많았다고 한다. 패널이 여름철 지표면 온도 상승과 토양의 수분 증발을 억제해 일부 작물엔 생육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 기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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