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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더 뜨거워지기 전에 더 뜨겁게 논의하자

작성일 : 2024.03.25 조회 : 2447

더 뜨거워지기 전에 더 뜨겁게 논의하자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어느 작은 마을에 시내까지 가려면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 할머니가 살았대. 그런데, 산 타기가 아주 힘들었나봐. 간절히 백일기도를 하면 원하는걸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할머니는 산을 등진 채 정화수를 떠놓고 밤마다 열심히 기도를 했대. “제발 저 산을 없애주세요.” 드디어 백일 후, 기도를 마치고 뒤를 돌아본 할머니! 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건 당연하고 그때 할머니가 한말, “그럼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산을 없애려면 가서 흙이라도 파야할 텐데, 노력은 고사하고 심지어 이뤄진다는 믿음조차 없으면 기도도 소용없다는 어린 시절 주일학교 설교말씀이 종종 떠오른다. 탄소중립 선언 후 지금까지 온 길이 흡사 뒷산을 그냥 없애달라고 기도 중인 할머니 같아서다. 한삽한삽 흙을 뜨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한데, 여전히 총론을 두고도 갑론을박이니 걱정이다. 지난해 말 모 발전사의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목표달성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느냐는 임원의 질문에 단호하게 0이라 대답했다. 실로 믿음조차 없는 기도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초 ‘기후유권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기존의 진영 논리나 지형적 특성 등과 무관하게 기후위기라는 절대 의제를 가지고 출마자를 평가하는 유권자를 말한다. 국민 3명 중 1명꼴이라 하니 적진 않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4’를 보니 그럴만하다. 유엔 중간평가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세부목표 중 다수의 국내 이행수준이 OECD 주요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보고이다. 7번 목표인 깨끗한 에너지 부문도 이에 해당하는데, 최하위로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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