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기후리스크 시그널 무시하면 오너리스크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금 우리 모두 기후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으면 벚꽃축제는 국사책 속에서나 볼 것이다
10년 후에 파인애플 축제를 하면 되겠지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벚꽃을 역사에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름답다
우리는 기후리스크를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루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말이다
얼마 전 한 지자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가 큰 화제가 되었다. 개화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역 벚꽃축제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흥미로운 광고를 게재해서다. 겨울 및 초봄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많은 지자체가 아마 올해도 개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축제 날짜를 빠르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올해 실제 벚꽃 개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지자체들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꽃이 없는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은 수십만의 관광객, 준비를 진행한 지자체들의 경제적 손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큰맘 먹고 벚꽃을 보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했던 분들은 내년에 그곳을 다시 찾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개화 시기를 잘못 추정한 것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성스레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의 지역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온난화에 대한 식물의 반응, 즉 기후변화로 인한 개화 시기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경제, 사회, 지역 문제로 커질 수 있는 사례가 된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식물의 개화 시기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벚나무는 정직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 개화를 진행하였다. 사람이 잘못 추정한 것이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개화를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차가운 날과 따뜻한 날을 경험하려 한다. 개화 이후 발생할 서리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일정량의 추위를 경험하고 그 이후 개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열을 축적한다. 그리고 식물마다 반응하는 기온(기저기온)과 필요한 열량(생장도일)이 다르다. 예를 들어 벚꽃은 주로 섭씨 5도 이상의 기온에만 반응하여 열을 축적한다. 반면에 개나리는 섭씨 4도 이상의 기온에 반응한다. 같은 종이라도 식물의 서식지 특성, 나이, 토양 특성 등에 따라 기저기온과 열량이 조금 다를 수 있다. 벚꽃 같은 경우 매일 섭씨 5도 이상의 기온에 반응해 열을 축적하여 열량이 약 106 정도가 되면 꽃이 피게 된다. 즉 오늘 기온이 10도이면 5, 내일이 4도면 0(5도 이하면 축적이 없다, 무조건 0) 그다음 날이 15도면 10, 이렇게 되면 3일간 약 5+0+10 총 15만큼의 열량이 축적된 것이고, 이렇게 매일 5도 이상의 숫자가 더해져 총열량이 106이라는 숫자에 도달할 때쯤 꽃이 피는 것이다. 올해 같은 경우 실제 개화 시기 직전인 3월에 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필요한 열량이 벚나무의 턱밑까지 왔다가 계속 뒤로 밀려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96 정도까지 아주 빠르게 도달하다가 마지막 10이 채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여기 숫자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판단해 주면 좋겠다, 이 숫자로 내년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면 안 된다!
* 보다 자세한 기고 내용은 아래 해당 언론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