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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꿀벌 실종사건의 주범은 기후변화?

작성일 : 2024.05.20 조회 : 3418

꿀벌 실종사건의 주범은 기후변화?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벌을 연구하면서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더 절실히 깨닫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연구와 많은 다른 연구들은 기후변화를 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벌이 사라지면 당신의 모닝커피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지구생태계가 무너진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교수님, 왜 꿀벌 연구하시나요?” 최근 들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아무래도 내가 곤충을 연구하는 곤충·생물·생태학자가 아니라 기후변화, 특히 탄소순환을 주로 연구하는 기후과학자이기에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벌이 무섭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벌을 잡다가 쏘인 트라우마로 인해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밀림의 제왕 사자보다 무서운 존재다. 그런 내가 벌들과 함께 지내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벌의 실종 사건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슈이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못 찾고 있다. 그래서 만약 꿀벌 문제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면 사람들이 좀 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우리는 무섭고도 험난한 꿀벌과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꿀벌의 실종과 기후변화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서울대에 부임하고 2023년 여름 우리 기후연구실에서 두 명의 첫 박사가 나왔다. 한 명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연구하는 박사 그리고 또 한 명은 벌을 연구하는 박사이다.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벌에 진심인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내가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방식은 기후변화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해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변화의 원인에 해당하는 온실가스와 같은 탄소순환 연구, 기후변화의 결과에 해당하는 자연생태계 영향 연구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라면 이런 접근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 구성 요소 중 벌을 택한 이유는 앞서 말한 대중의 관심사가 매우 크다는 점도 있지만, 벌은 육상생태계 나아가 지구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벌은 수분매개자로서 식물의 생장 및 영양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벌이 없다면 수분매개가 필요한 식물은 사라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식물이 사라지면 그 식물에 의존하는 여러 동물의 생존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 대다수가 벌과 같은 수분매개자가 필요한 작물이다. 특히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 그리고 지금 가격이 치솟으며 애플레이션(apple+in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사과 등도 마찬가지다. 바꾸어 말하면 벌이 사라지면 내일 아침 커피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부터 벌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용의자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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